아랍 문화권에서 '개(Dog)'는 욕설일까? 서구 문화와의 충돌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개는 사랑스러운 친구? 아랍 문화권에서 ‘개’가 가진 상징
서구권, 특히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개(dog)는 흔히 인간의 가장 친한 친구로 불리며, 가정의 일원으로 여겨진다. 반려견과 산책을 하고, 침대에서 함께 자고, 생일 파티를 열어주는 일도 낯설지 않다. 그러나 아랍 문화권에서는 개에 대한 인식이 이와는 전혀 다르다.
이슬람 문화에서 개는 의학적·종교적·상징적으로 ‘부정한 동물’로 간주되는 경우가 많다. 이슬람 율법(샤리아)에서는 개의 침이나 털이 의식적 정결 상태(wudu)를 오염시킬 수 있다고 여겨지며, 따라서 기도 전에 몸을 정결히 하는 행위가 무효화될 수 있다는 믿음이 존재한다. 이는 꾸란(Qur’an)보다는 하디스(Hadith, 무함마드의 언행록)에 더 근거하고 있으며, 지역이나 종파에 따라 해석의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개에 대한 접촉이 좋지 않게 여겨지는 분위기가 널리 퍼져 있다.
이로 인해, 많은 아랍권 국가에서는 개를 반려동물로 기르는 행위가 낯설거나 불쾌한 행위로 인식되기도 한다. 특히 종교성이 강한 지역일수록 개를 집 안에서 기르는 것 자체가 신앙심 부족 혹은 서구화의 상징으로 간주되어 비난받기도 한다.
물론 최근에는 일부 중산층 이상에서 반려견 문화가 조금씩 확산되고 있으며, 수의학이나 애완동물 산업도 성장 중이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개’라는 단어를 불쾌하거나 모욕적인 언어로 인식한다. 이는 일상 언어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있어, ‘개’는 욕설로 사용되는 대표적인 단어 중 하나다.
“개 같아”는 상상 이상의 모욕: 욕설로서의 의미
아랍어에서 ‘칼브(كلب)’는 ‘개’를 의미하는 단어인데, 이 표현은 직접적으로 모욕을 주기 위한 욕설로 매우 흔하게 사용된다. 예를 들어 누군가에게 “야 칼브!”라고 말하면, 이는 단순히 "너 개야"라는 말이 아니라, “너는 인간 이하의 존재, 불결하고 무가치한 존재”라는 강한 모욕이 된다. 이 말은 인격을 부정하고 자존심을 짓밟는 표현이기 때문에, 공공장소에서 누군가에게 이 말을 하면 큰 다툼이나 싸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남성 간의 갈등 상황에서 이 표현이 사용되면 명예를 건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아랍 문화에서는 가족과 개인의 명예(honor, شرف)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개에 빗댄 표현은 곧 명예를 더럽히는 행위로 간주된다. 이와 관련하여 “개처럼 산다”거나 “개 짓을 한다”는 식의 비유도 일반적인 은유적 표현이 아니라, 상대를 철저히 무시하는 표현으로 받아들여진다.
서구에서는 반려동물에 대한 친근한 이미지 덕분에 “you dog!” 같은 표현이 장난스럽거나 친근한 농담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아랍 문화권에서 이러한 단어 사용은 전혀 농담이 되지 않는다. 실제로 영어를 쓰는 아랍인조차도 “dog”라는 단어가 포함된 농담에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외국인이 이 사실을 모른 채 개에 대한 표현을 가볍게 사용하면, 심각한 문화적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시대의 문화 충돌과 외국인으로서의 주의
글로벌 사회에서는 문화 간 이해와 존중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아랍권 국가에서 생활하거나 비즈니스, 관광 목적으로 방문하는 외국인이라면, 단어 하나에도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개’라는 단어는 단순한 동물 이름이 아니라, 한 문화권에서는 애정의 상징이지만, 다른 문화권에서는 욕설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구권에서 자란 사람들이 반려견을 안고 공공장소를 다니거나, 카페에 데려가거나, 심지어 음식점 테라스에서 함께 식사하는 모습은 아랍 국가에서는 상당한 거부감을 일으킬 수 있다. 개가 불결한 존재라는 종교적 인식뿐 아니라, 타인에 대한 배려 측면에서도 예의에 어긋난다고 여겨진다.
또한 언어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제스처나 그림에서도 ‘개’를 상징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예를 들어, 로고나 티셔츠에 개가 묘사된 경우조차 공공장소에서 불쾌감을 줄 수 있다. 특히 이슬람 종교행사나 가족 중심의 행사장, 성지 방문지 근처에서는 더욱 주의가 요구된다.
그렇다고 해서 아랍권 전체가 일률적으로 개를 혐오한다고 보는 것은 오해일 수 있다. 최근에는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글로벌 미디어를 통해 서구 문화를 이해하려는 시도도 많아지면서 반려견 문화에 대한 수용도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UAE, 카타르, 요르단 등 일부 국가에서는 애완동물 병원과 반려견 관련 산업이 성장하고 있으며, 애견 산책이 가능한 공원도 생겨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으로서 존중의 태도와 언어 사용의 신중함은 여전히 중요하다. 개에 대한 언급을 최대한 피하고, 반려동물 관련 대화를 나눌 때는 상대방의 문화적 배경을 먼저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개’라는 단어 하나가 문화적 충돌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언어를 단순한 의사소통 수단이 아닌 문화의 거울로 인식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아랍 문화권에서는 개에 대한 인식이 깊은 종교적, 사회적 뿌리를 갖고 있으며, 이는 말 한마디로 상대방의 존엄을 해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국제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점점 더 늘어나는 이 시대에, 우리는 서로의 금기와 정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작은 단어 하나가 친구를 만들 수도, 적을 만들 수도 있다. 결국 문화적 지식은 여행이나 비즈니스보다 더 근본적인 인간관계의 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