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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에서 ‘로힝야’는 말하지 않는 게 예의일까? 언어 검열과 정부의 민감 이슈

by 글로벌세상 2025. 6. 5.

미얀마에서 ‘로힝야’는 말하지 않는 게 예의일까? 언어 검열과 정부의 민감 이슈에 대해 알아볼게요.

미얀마에서 ‘로힝야’는 말하지 않는 게 예의일까? 언어 검열과 정부의 민감 이슈
미얀마에서 ‘로힝야’는 말하지 않는 게 예의일까? 언어 검열과 정부의 민감 이슈

 

“로힝야”는 누구인가: 이름을 둘러싼 역사적 논쟁

“로힝야(Rohingya)”는 미얀마 서부 라카인(Rakhine) 주에 주로 거주하던 이슬람계 소수민족입니다. 그들은 수백 년간 이 지역에서 살아왔지만, 미얀마 정부는 그들을 ‘불법 이민자’로 간주해 왔습니다. 특히 1982년 국적법 이후, 로힝야는 공식적으로 시민권을 박탈당하며 무국적자가 되었고, 이는 미얀마 사회 전반에 걸쳐 이들을 언급하는 것 자체를 정치적 행위로 만드는 단초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로힝야’라는 단어 자체가 정체성 선언이 되어버렸습니다.
미얀마 정부와 일부 국민들은 이 단어 사용을 “분리주의 주장”으로 간주하며, “벵갈리(Bengali)”라는 단어로 대체하고자 합니다.
이는 로힝야가 인도나 방글라데시에서 넘어온 이민자일 뿐이라는 내러티브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입니다.

 

왜 단어 하나가 논란이 되는가?
언어는 단순한 커뮤니케이션 도구가 아니라 정체성, 존재의 인정, 정치적 선언이 될 수 있습니다.
“로힝야”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순간, 그들의 민족성과 역사성을 인정하는 셈이 되며, 이는 미얀마 내부에서는 위험하거나 불편한 언어로 인식됩니다.

 

언어 검열과 미디어: 말하지 않는 것이 가장 안전한 선택?

미얀마는 2010년대 초반 아웅산 수치 여사의 민주화 상징 이후 언론 자유가 일부 확대되었지만, 로힝야 이슈에 대한 보도는 여전히 매우 제한적입니다.
국영 언론은 물론, 민간 언론조차 ‘로힝야’라는 단어 사용을 꺼리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기자들은 해당 단어를 기사에 썼다는 이유로 수감 또는 제재를 받기도 했습니다.

 

‘로힝야’ 단어 사용 시 발생하는 리스크
언론사 폐쇄 또는 기사 삭제

기자 개인의 체포 및 처벌

온라인 플랫폼 계정 정지 또는 검열

공공기관 및 교육기관 내 금기어 지정

 

SNS에서도 상황은 다르지 않습니다. 일부 미얀마 내 사용자들은 해당 단어를 사용할 경우 “반국가적 언행”으로 비난을 받거나 사이버 폭력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미얀마 출신의 청년 활동가들이 해외 인터뷰에서 로힝야라는 단어를 언급한 뒤 신변 위협을 받는 사례도 존재합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로힝야라는 단어를 쓰는 것 자체가 용기이자 저항입니다.
동시에, 말하지 않는 것이 생존 전략이 되기도 하죠.

 

외국인의 언어 선택: 말할 것인가, 피할 것인가

미얀마를 여행하거나 현지에서 일하는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로힝야”라는 단어를 언제, 어디서,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가 매우 중요한 문화적 판단이 됩니다.

 

말하지 않는 것이 예의인 이유
미얀마 국민 대다수는 이 주제를 예민하게 받아들이거나 아예 외면합니다.

특히 정부 기관, 군 관계자, 일부 불교 단체와 관련된 인물 앞에서 이 단어를 언급할 경우 불쾌함과 경계심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현지 친구나 동료를 곤란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말하지 않는 것이 무조건 옳은가?
국제 사회에서는 로힝야 탄압을 “제노사이드(집단학살)”로 규정하고 있으며, 로힝야라는 단어 사용 자체가 인권 존중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UN, 국제 NGO, 언론 등은 이 단어 사용을 통해 침묵 속에 묻힐 수 있는 문제를 부각시키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외국인의 실천 가능한 접근법
공식 기관이나 공공 장소에서는 ‘로힝야’ 대신 ‘라카인 주 무슬림’ 등의 중립적 표현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현지인과 대화할 때는 해당 단어를 먼저 꺼내지 말고, 상대방이 어떻게 언급하는지를 따라가는 것이 안전한 방법입니다.

언론, 콘텐츠 제작자라면 단어 선택과 더불어 문맥과 정보 전달의 목적을 명확히 밝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어는 단순하지만,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로힝야’는 단순한 고유명사가 아닙니다. 그것은 인정받지 못한 역사, 억눌린 정체성, 그리고 국제 사회의 시선이 얽힌 복잡한 단어입니다.
미얀마에서는 이 단어를 말하는 것이 정치 행위가 될 수 있고, 때로는 말하지 않는 것이 생존의 전략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언어란 결국 존재를 말하는 일이며, 누군가를 언급하지 않는 것은 결국 그 존재를 지우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로힝야’라는 단어를 언제, 어디서,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고민은 결국 언어가 윤리와 만나는 지점에서 우리 모두가 마주해야 할 문제입니다.